[영화 D.P 를 보고]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했던 악습

<출처 넥플릭스 D.P>

오늘 D.P를 봤다. 큰 울림이 있어 후기를 남긴다.
영화의 줄거리는 정해인이 군에 입대해서 탈영병을 잡는 D.P 임무를 수행하는 스토리다. 탈영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이유에서 때론 D.P 주인공에게, 때론 탈영병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봤다.
육군 대위 출신인 나는 D.P를 보며 군의 부조리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데 마음이 아프다. 물론 병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6년 4개월의 군생활 동안 나와 같이 했던 부하들 전원을 건강하게 그들의 부모님 곁으로 돌려보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D.P에서 말하는 "방관자"는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스포 일순 있겠지만 정말 공감했었던 대사들을 정리해봤다.

<출처 넥플릭스 D.P>

"수통에 뭐라고 쓰여있는지 알아. 1.9.5.3. 6.25 때 쓰던 수통이야.

수통도 안 바뀌는데 군대는 무슨."

탈영을 해야 했던 석봉은 정해인과 구교환이 설득하는 중 "부대가 바뀔 수 있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시대적 배경은 2014년. 2021년 올해 투입되는 국방예산은 52조 8400억 원이다. 그중 일선 부대 수통을 전부 바꿔주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 봤다. 2017년 기준 현역병은 227,115명으로 제일 좋은 베어 그릴스 수통이 약 5만 5천 원 한다. 그럼 전부 교체한다고 해도 227115X56600이면 약 128억 5천만 원 정도 소요된다. 전체 국방 예산 중 2.4% 정도밖에 안된다. 병영 선진화를 20년 전에도 외치고 지금까지 많은 부분 개선했다고 착각했다. 우리 할아버지들이 쓰시던 수통을 우리 조카들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이 수통을 쓰면서 참 많이 답답했는데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한 것이 맞다. "국가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위에 도둑놈들이 많아서 그렇다"

"바뀌려면 뭐라도 해야지..."

참 긍정적인 대사이다. 하지만 D.P를 보신 분들이 라면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대사이다. 탈영병 석봉은 애니메이션 학원에서 제자에게 처음 이 대사를 이야기해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후임병 석봉은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에게 복수를 하며 이 대사를 날린다. 포위된 절박한 상황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인생의 꽃 같은 청춘을 20대 초반을 군이라는 제한적 환경에서 보내야 한다. 그들이 군에 가서 처음 뭔가를 바꿀 수 있을까? 설령 선임이 된다고 해도?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D.P라는 영화는 속 시원하게 군의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20대는 절대 소모품이 아니다. 군 복무 당시 군 특성상 바뀌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건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대로 이렇게 하는 게 맞아~"

변화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여론이 형성되어 군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또한 소통해야 하고 끊임없이
피드백해야 한다.

나의 아들이, 나의 손자가 내가 쓰던 수통을 쓰기 전에...

P.S 몇 가지 설명을 곁들이면 보시는데 이해가 될 것 같아 적어본다.
1. 왜 헌병 대대장은 처음에 단독으로 탈영병 석봉을 잡으려 했는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본인의 진급을 위해서다.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책임소재가 직속상관에게 있다. 그래서 사건을 단독으로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2. D.P는 뭐의 약자인가? Deserter Pursuit(탈영병 체포조)라는 뜻이다.
추가로 댓글로 질문 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드리겠다.

다음은 알통(지식공유플랫폼)를 질문을 통해 확인된 군대 부조리들이다. 답변은 아이디 치치오딩님께서 해주심

일단 선임들은 생활관내에서 흡연을 함
-공기계제출후 본인 핸드폰 사용을 함
-근무로인한 총기 맞출시 후임병이 다 맞춤
-아침,일과 등 집합시 후임은 먼저 선임을 깨우거나 말해주러감
-선임병은 일과때 대충하고 후임병은 대충하는 모습보이면 뭐라고 함
-후임병들 전투화손질 확인 본인들은 잘 안함
-후임생활관 막 들어옴 너무 자주..
-후임생활관 취식물칸을 털어감
-무슨 실수시 바로 내리갈굼
-후임병 관물대 마음대로 열어봄

조금이라도 군문화가 개선되길 바라면서 제보 받는대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려서 개선요청하겠다.